카테고리 없음

문화일보 2008년 11월 17일자 만년필 연구소에 관한 기사

파카51 2009. 5. 28. 08:45

“만년필은 지문” 나만의 色을 남긴다

손 넓이가 좁다면 ‘짧은 펜’을 손이 넓적하다면 ‘긴 펜’ 적합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만년필연구소. 만년필 동호회 펜후드 회원들의 모임장소다. 곽성호기자
만년필가방이나 구두처럼 명품 이미지가 강하다. 몽블랑이 만든 ‘마이스터스튁 149’ 만년필은 1990년 서독의 콜 총리와 동독의 디메제이 수상이 만나 통일 서약을 할 때 사용됐다. 펜이 통일의 상징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 펜을 독일 통일에 마침표를 찍은 만년필로 규정하고 있다. 만년필의 어원은 샘처럼 마르지 않고 잉크가 솟아나 매년 찍어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만년필의 핵심은 펜촉이다. 이리듐으로 만들어진다. 펜촉 굵기는 F, M, B 등으로 나뉘는데 가늘게 쓰는 사람은 F촉이 알맞다. 글씨가 크고 알파벳을 주로 쓰는 사람에게는 M이나 B처럼 굵은 펜촉이 적합하다. 펜촉을 연마해 자기만의 만년필을 만드는 것은 글쓰는 사람들의 꿈이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도 “장인이라면 하나쯤 맞춤 만년필을 갖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만 있는 맞춤 만년필 공방이 국내에도 등장했다. 만년필 동호회 펜후드의 박종진(38·회사원) 회장이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만년필연구소에서 이같은 맞춤 만년필 작업을 해주고 있다. 그는 “필기 각도와 만년필을 쥐는 습관, 손의 굵기, 필기 속도, 잉크 흐름, 종이의 질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필기감을 살리는 만년필 맞춤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만년필은 지문과 비슷합니다. 내가 쓰던 만년필은 다른 사람이 못쓰죠. 미국에서도 저를 찾아와 맞춤 만년필 작업을 의뢰한 분이 있었습니다. 이런 공정을 거치면 만년필을 길들이는 시간과 불필요한 소모를 줄일 수 있어 만년필 수명이 1.5배 정도 늘어납니다.”

그는 맞춤 만년필을 원하는 사람과 상담을 거친 뒤 손모양과 습관에 맞는 만년필을 만들어준다. 예컨대 손의 넓이가 좁은 사람은 긴 만년필이 안맞고, 가벼우면서도 짧은 펜이 적합하다는 것. 글씨를 빨리 쓰는 사람은 가벼운 만년필을 사용해야 한다. 반면 손이 넓적한 사람은 짧은 펜이 안맞는다. 박 회장은 “만년필 회사에서 펜을 지나치게 강하게 누르지 말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매뉴얼을 제시하지만 개인의 만년필 쓰는 습관은 천차만별”이라며 “습관에 맞는 펜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11-17